Content · 2026.08.13

사주오빠는 AI 캐릭터챗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by 광민

요즘 사람들에게 "AI 캐릭터"라고 하면 대부분 캐릭터챗을 떠올립니다. 현재 시장에서 핫한 AI와 1:1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그 텍스트 챗 입니다. 실제로 지금 AI 캐릭터로 유저를 모으고 돈을 제대로 버는 시장은 캐릭터챗이 거의 유일하고, 우리도 그 부분의 시장을 빠르게 팔로업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AI 캐릭터 사주오빠를 텍스트 챗이 아니라 라이브 방송에 세웠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 AI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고 수다를 떠는 방송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리고 몇 달을 굴려본 지금, 우리는 이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됐습니다. "사주오빠는 캐릭터챗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애초에 우리가 향하는 곳은 캐릭터챗이 아닌 걸까?


이 글은 답을 정해놓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해봤고, 무엇이 깨졌고, 유저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최대한 날것으로 적어보려 합니다.


사주오빠는 누구인가

사주오빠


사주오빠는 신과 인간 사이 어딘가에 있는 존재입니다. 운명을 관장하는 신을 아버지로, 무당을 어머니로 둔 반신반인. 신의 금기를 어긴 대가로 태어나, 지금은 도심 외곽 낡은 건물 2층에 신당을 차리고 있습니다. 말투는 반말에 조금 능글맞고, 날티가 납니다. 뭔가 Kpop 아이돌을 준비했다고도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미심쩍습니다.


우리가 첫 캐릭터로 사주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여기 오는지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내 운명이 궁금해서." 이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채널에 들어오는 순간 무엇을 얻으러 왔는지 본인이 압니다. 이건 생각보다 귀한 조건입니다. 많은 AI 캐릭터가 "예쁘긴 한데 왜 계속 봐야 하지?"에서 무너집니다.


그래서 사주오빠에게 라이브는 미래의 궁금함을 가장 효율적으로 확장한 형태였습니다. 한 명씩 사주를 봐주던 사주, 신점이, 이제 동시간 최소 수십, 수백 명 앞에서 동시에 봐주는 겁니다.

(8월 초, 현재는 사주오빠 하루 라이브에 약 2만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해본 것들 (그리고 깨진 것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잘 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밤새 모델을 30분 단위로 여러번 갈아치운 날이 있습니다. 초반엔 빠른 버전의 GPT를 썼는데, 상담 모드가 트리거되질 않고 사주를 봐달라는데 계속 딴소리를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30분째 "언제 봐주냐"며 화를 냈습니다. 중간에 4o-mini로 바꿨더니 이번엔 화면의 이모지를 계속 소리 내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바뀐 모델과 레이어를 결합해서 전환했는데 전환 1분 만에 사주를 바로 봐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팀에서 나온 말이 "얘 지금 사람보다 똑똑한데요" 였습니다.


프롬프트는 v1에서 v8까지 갔습니다. 정체성·오프닝·본론·마무리를 나눠 설계한 초기 버전에서 출발해, "겉핥기로 좋은 말만 한다" "한 사람한테 30턴씩 붙잡혀 있다" 같은 문제를 하나씩 잡았습니다. 십신·신살·대운 같은 실제 사주 언어와 사례들을 지식으로 넣었고, 나중엔 캐릭터를 아예 "저챗 라이브 버튜버 형태"에서 "밀당하면서 거래하는 나쁜 오빠 무당"으로 전면 개편했습니다.

플랫폼의 재재와 무한 싸움도 벌어집니다. 캐릭터의 idle 하나가 계속 반복 재생됐더니 틱톡이 "복제된 콘텐츠"로 보고 제재를 걸었습니다. 선물 기능이 정지됐고 계정 헬스 점수가 떨어졌습니다. 프롬프트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idle 형태를 더 여러 개 만들어 적재 적소에 연결시켜 더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AI 영상에 플랫폼 제한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AI 슬롭으로 안되기 위한 처절한 테스트를 여러번 해왔습니다. 심지어 저는 틱톡에서 글로벌 TnS팀과 QA까지 해오던 담당자였는데도 모르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유튜브에서 "AI 캐릭터 만들기"의 영상엔 절대 안나오는 내용이고 배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지저분한 과정 자체가 우리가 진짜로 배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저는 어떻게 반응했나

사주오빠 라이브


여기서부터가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이 먼저 생년월일을 거침없이 남겼습니다. 낯선 방송에 들어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자기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채팅에 칩니다. 그리고 다시 옵니다. 예전에 왔던 사람들이 그대로 재방문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와서는 생년월일이 아닌 다른 고민 상담을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오늘 운세를 물어보며 좋게 해달라고 부탁도 합니다.


응답에 살짝 딜레이를 줬더니, 오히려 그 "기다리게 하는" 시간이 체류로 이어졌습니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긴장이 방송에 머물게 만든 겁니다.


그리고 어떤 유저는 큰 후원을 넣어 상담 모드를 열었습니다. 사주오빠가 정보가 부족하면 되묻고, 맥락을 기억하고, 진짜 상담처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 순간 우리가 본 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관계의 씨앗이었습니다.

물론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같은 영상인데 플랫폼마다 반응이 크게 갈렸고, 어떤 날은 이전에 비해 비교적 채팅이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틱톡이나 유튜브에 비해 치지직에서는 유저들이 아직 낯설어 하고 버튜버가 아닌 부분에 있어 거부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신호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AI가 봐준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왔습니다.


그래서, (AI 캐릭터의 라이브는) 캐릭터챗의 미래인가?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캐릭터챗은 이미 중요한 걸 증명했습니다. 사람들이 AI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것. "걔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감각에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쓴다는 것. 이건 진짜입니다.

그런데 캐릭터챗의 그 관계는 1:1 텍스트 안에 갇혀 있습니다. 나 혼자만의 대화라, 밖으로 퍼지지도, 팬덤이 되지도, 무대 위 아티스트가 되지도 않습니다.

업계에서도 1:1 대화는 친밀감은 만들지만 팬덤 단위로는 확장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해서 지적됩니다. 반대로 트위치의 AI 스트리머 '뉴로사마'는 16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모으며, AI 캐릭터도 라이브로 가면 방송·후원을 넘어 굿즈·IP로 수익이 확장된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결국 관계를 얼마나 깊게 설계하느냐가, 그 캐릭터가 얼마나 큰 존재가 되는지를 결정합니다.



뉴로사마


사주오빠를 라이브에서 굴리며 우리가 본 건, 바로 그 관계 욕구를 여러 사람이 함께 겪는 경험으로 옮겼을 때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한 명이 사주를 보는데 수백 명이 같이 웃고, 같이 놀라고, "나도 봐줘"를 외칩니다. 관계가 무대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잠정적인 답은 이렇습니다. 사주오빠는 캐릭터챗의 미래라기보다, 캐릭터챗이 연 문을 라이브로 넘어서는 실험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AI 캐릭터를 1:1 챗을 넘어, 팬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크리에이터로, 나아가 아티스트로 키우려 합니다.


아직 우리가 못 푼 것들


아직 우리는 AI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못 푼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 유저들의 강한 사랑을 받을 캐릭터, 솔직히 지금 캐릭터는 우리가 원하는 AI 캐릭터로서 아티스트로 사랑받는 캐릭터성과 매력이 우리 기준에 못 미칩니다. 더 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라이브와 콘텐츠로 실제로 유저를 더 타겟해서 팬으로 사로잡을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 1:N 설계의 구조와 설계 수백 명이 동시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는 1:1 상담과는 완전히 다른 설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막 그 문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 어디서, 누구에게. 그리고 글로벌 이 매력이 가장 잘 사는 형태와 시장(결국 글로벌)에 대한 답도 계속 실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아직 답을 다 모릅니다. 다만 매일 조금씩, 실제 방송에서 유저 반응으로 팬덤엔진과 캐릭터를 고도화시키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점점 분명해집니다. AI로 무엇이든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값이 나가는 건 "지금 이순간 여기서 나와 실제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매끄럽게 뽑아낸 결과물이 흔해질수록, 실시간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와 기억이 쌓여가는 라이브의 희소성은 오히려 더욱 커집니다. 유저들이 굳이 이 시간에 이 라이브를 왜 다같이 봐야되지가 우리가 해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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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실험 "불량학생이지만 요조숙녀가 되고 싶어" 범아리라는 여고생 캐릭터를 치지직 첫 라이브의 기록과 회고입니다.

UNX는 AI 캐릭터가 라이브로 팬과 만나는 순간을 만듭니다. 이 실험을 함께 만들어갈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 [채용 링크]